[국방일보] 우리는 특별하다-육군5군수지원사령부 피복반

김가영 기자

  • 입력: 2010.09.03 00:38:33 / 수정: 2010.09.03 00:3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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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든 군인요? 우리는 `바늘과 실'로 전투하죠

육군5군수지원사령부 근무중대 피복반 김종욱 병장이 전투복을 수리하고 있다.                              대구=김태형 기자
 늦여름 무더위가 막바지 맹위를 떨치던 지난달 27일, 육군5군수지원사령부(사령관 김경옥 준장) 근무중대 피복반으로 들어서자 숨이 ‘턱’ 막혀 왔다. 보기만 해도 진땀이 흐르는 모포 수백 장이 쌓여 있었기 때문이다.

 피서는 못 갈망정 한여름에 모포와 씨름이라니. 하지만 이것은 피복수리병의 숙명(?)이다. 봄·여름에 가을·겨울 시즌 패션쇼를 준비하는 패션 디자이너들처럼 이들도 한겨울에 사용할 피복을 미리 수리해 둬야 하기 때문이다.

 피복반은 그 명칭에서 알 수 있듯 전·평시 작전지역에 대한 피복정비(수리)를 지원, 즉각 사용 가능한 상태로 피복류를 관리하고 유지하는 임무를 맡는다. 5군지사 피복반은 대구, 전남 장성, 경남 진례, 대전에 흩어져 있으면서 2작전사령부 전 지역의 피복정비 업무를 담당한다. 각 피복반은 군무원 신분의 재봉기운용원과 병사 4명으로 이뤄져 있다.

 인원은 적지만 해 내는 임무의 양은 어마어마하다. 배낭·수통피·야전삽피·탄입대 등 장구류부터 침구류·천막류 등 25개 품목을 연간 2만5000여 점까지 수리한다. 말 그대로 소수정예인 셈.

 ‘수리’만 한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피복반이 피복정비 외에 수행하는 특별한 임무가 있으니 바로 ‘비보급품 제작’. 더 이상 쓸 수 없어 일선 부대에서 반납한 폐보급품들을 재활용해 현재 군에 보급되지 않지만 꼭 필요한 물품을 만들어 지원하는 것이다.

 폐품으로 만들었다고 얕보진 말자. 사용자들의 편의성을 고려해서 100% 수작업으로 만든 맞춤형이라 품질은 ‘사제’가 울고갈 정도다. 대표적인 히트상품이 ‘아이스조끼’. 팔이나 소매 부분은 닳았지만 몸통은 멀쩡한 전투복을 활용해 만든다. 겨울이면 핫팩을 넣어 보온 조끼로도 활용 가능해 장병들의 사랑을 듬뿍받고 있다. 폐품을 활용해 쓰레기를 줄이고 예산을 절감하니 피복반에서는 ‘저탄소 녹색성장’이 공허한 구호에만 그치지 않는다.

 유격훈련장에서 호랑이 조교들이 입는 멋진 ‘유격복’도 실은 피복반이 폐보급품으로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지. 흰색 천을 전투복에 맞게 재단해 붙여 만드는 유격복 제작은 피복반에서 가장 어려운 작업으로 통한다. 비숙련자들의 경우 한 벌을 만드는 데 2시간이나 걸릴 정도로 공정이 복잡한 데다 3사관학교와 각 사단 등에서 지난 한 해 동안만 300여 벌을 주문하는 등 제작해야 할 물량도 많기 때문이다. 그 외에 군장덮개·식량주머니·무전기덮개·야전깔개·방석·장비덮개·필기도구꽂이 등도 피복반원들의 손을 거쳐 낡은 전투복·모포에서 장병들의 필수품으로 거듭난다.

 그렇다면 피복수리병은 어떻게 선발될까. 육군훈련소에서 특기 검사를 할 때 정해지는데 대학에서 관련 분야를 전공했거나 사회에서 관련 직종에 종사한 경력이 있으면 우선 선발된다. 이봉견(20) 일병이 그런 경우. 의류학과에 다니다 입대한 이 일병은 “학교에서 재봉기를 다뤄봤기 때문에 기초 봉제를 배우지 않고도 바로 임무에 적응했다”며 “전공을 활용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하지만 바늘 한번 잡아보지 않고 입대한 병사도 있다. 김치현(21) 이병의 경우 “처음에는 바늘에 찔릴까 봐 걱정도 했는데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면서 “내가 만든 아이스조끼를 입고 다른 장병들이 시원한 여름을 보낸다고 생각하면 보람이 있다”고 털어놨다.
 피복수리병의 가장 큰 장점은 실내에서 일하는 만큼 야전의 병사들에 비해 육체적으로 덜 힘들다는 것. 그렇다고 너무 배 아파 하지는 마시라. 이들도 유격훈련 등 병으로서 받아야 할 기본적인 훈련은 다 받으니까. 또 온종일 앉아서 재봉기를 만져야 하는 만큼 허리가 아프기 쉽고 먼지를 마실 일도 많다. 작업이 몰리면 야근도 마다할 수 없다.

 김종욱(22) 병장은 “비록 총칼을 들고 싸우지는 않지만 우리 피복반 임무가 장병들의 불편함을 해소하고 전투 임무수행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에 항상 보람을 느낀다”며 미소 지었다.

 수리 후 깔끔해진 피복을 사용할 때마다 자신을 위해 정성껏 피복을 수리했을 누군가에게 잠시나마 고마운 마음을 가진다면 피복반원들이 더욱 힘을 내 임무에 매진할 수 있지 않을까. 


■ 곽복수 피복반장-30년 한우물 “장병들 마음까지 `수선'해 드립니다”
 
육군5군수지원사령부 근무중대 피복반에서 재봉기운용원 직책을 맡고 있는 곽복수(군무서기·사진) 피복반장은 고객 중심의 피복수리지원을 강조했다. 장병들이 피복을 사용하면서 어떤 점을 아쉬워하는지, 신형 장비에 적합한 형태의 피복은 무엇인지 늘 고민하는 것. 그 덕분에 배낭에 달린 끈 하나에도 곽 반장의 관심과 정성이 녹아들어 있다.

 “예전에는 배낭에 모포를 말아서 장착했지만 요즘은 침낭을 장착하지요. 그러다 보니 배낭끈이 짧아서 불편하다는 얘기가 나와 끈을 길게 만들었죠. 총기피탈방지끈도 총기피탈을 막기 위해 새롭게 고안한 겁니다.”

 30여 년간 관련 분야에 근무해 온 곽 반장은 수리 의뢰가 들어온 물품만으로 우리 군의 변화를 실감한다.

 “우리 군이 좋아졌다는 걸 이 자리에 앉아서도 느껴요. 예전에는 병사도 아니고 소대장 전투복의 어깨를 수리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소총을 주로 메는 쪽 어깨가 해진 거죠. 요즘은 전투복 재질도 좋아지고 보급 수량도 많아져 그런 일은 찾아보기 힘들어요.”

 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피복반 병사들과 임무를 수행하는 곽 반장은 인터뷰 말미에 “수리를 의뢰하는 피복은 세탁해서 보내줬으면 좋겠다”는 당부를 덧붙였다. 세탁하지 않은 피복류는 먼지가 많이 나 모두들 애를 먹는다는 것. 장병들의 작은 관심이 피복반원들의 작업환경을 좌우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김가영 기자 kky71@dema.kr 대한민국 육군 장병들은 알고 있을까? 올여름 요긴하게 썼던 아이스 재킷을 누가 만들었고 지난 겨울 동안 가장자리가 너덜너덜해진 모포 끝단이 어떻게 말끔해졌으며 고장난 침낭 지퍼가 어떻게 제 모습을 되찾았는지를. 아는 사람이 많지 않지만 여기에는 ‘피복수리’라는 독특한 임무를 수행하는 병사들의 노고가 숨어 있다. 총칼 대신 실·바늘과 씨름하며 장병들의 군 생활을 지원하는 피복수리병의 세계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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