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원앙海鴛鴦, 뱃사람의 아내
해국(海菊)
해풍을 맞으며 바닷가에서 자라는 해국은 해변국으로도 불린다.
국화과 여러해살이풀로 햇볕이 많은 척박하고 건조한 토양에서 잘 자라는데,
흔히 바닷가 기다림의 향취라고도 한다.
배는 水平線 위를 미끄러지듯 잘도 넘어 간다.
떠나는 그녀의 뒷 모습을 보며 늙은 뱃사람의 아내는 눈물을 훔친다.
지아비의 사랑을 모조리 앗아간 첩妾년같은 배인데 아내는 눈물로 그녀를 배웅하고 있다.
뱃사람의 아내는 정숙하여야 하고 굳센 意志와 강한 生活力의 소유자라야 하며 또한 자식들의 아버지 역할까지 책임지는 女性이어야 한다고..
오늘 6·25戰爭 발발 60주년을 맞아 캐나다와 미국 등 7개국 8개항을 巡訪하며 海洋의 중요성과 海軍의 특성, 戰鬪任務 위주의 전술전기를 몸으로 익히기 위해 90일간의 海士 65기 巡航訓練 대장정에 오르는 배 를 떠나보내며..'이별’이란 글에서 본 뱃사람의 아내에 대한 애절한 이야기가 새삼 떠오른다.
연평해전 당시 조타실에서 키를 잡은체 수장水葬된 한 부사관의 아내는 정부의 무관심 속에서 치러진 장례식후 조국을 등지고 미국으로 떠났다가 3년만에 귀국하여, 바다로 영원히 떠나 보내고 사모치게 그리워하던 남편의 영령英靈을 위로하며 통한痛恨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그리고 천안함 將兵 구조救助중에 유명幽冥을 달리 한 어느 준사관의 아내도 “단 한번도 생각해 보지 못한 일을 당했지만, 천안함 사건으로 희생된 젊은 아들을 잃은 유가족을 생각하면 우리는 그래도 좀 더 나은 편이라 생각하며 위로한다”고 말했다. 크디 큰 슬픔을 딛고 일어나 강하고 의연한 모습을 보여 준 그 분은 오히려 우리 모두가 고개를 저절로 숙이게 한다.
바다에서 젊은 날의 대부분을 보낸 필자는 바다에 대한 愛憎이 남다를 수 밖에 없다. 바다는 무한한 可能性을 가지게 해 주면서도, 인간을 한없이 보잘 것 없는 存在로 만들기도 한다. 필자는 지난 오랜 생활 중 배에서 오랫동안 생활하였다.
배가 떠나 가면 대체로 3일 간격으로 일어나는 큰 파도에 의해 멀미를 하거나 배가 이리저리 흔들림에 따라 신체는 정상적인 생체리듬을 잃게 되고 말 못할 고통을 느끼게 되는게 십상이다. 더 더욱 견디기 어려운 것은 폭풍우나 삼각파도三角波濤 내지 태풍颱風이라도 몰아 닥치게 되면 배는 그야말로 추풍낙엽이 되고 만다. 위대한 대자연의 힘 앞에 노출된 나약한 한 인간의 단면과도 같다.
김동인의 ‘배따라기’에서도 순박하고 原初的인 뱃사람을 통해서 인간의 本能的, 충동적衝動的인 感情과 그로 인해서 벌어지는 한 순간의 실수로 무너지는 인간의 運命을 그리면서 運命의 힘을 거역하지 못하는 인간의 비애와 한恨의 정서를 드러내 보이기도 했다.
지난 시절, 저 푸른 바다에서의 생활을 돌이켜 보면
강한 파도가 강한 어부를 만들듯 묵묵히 대자연의 뜻에 순응順應하며 나 자신을 담금질하곤 했었다.
말하자면 갈매기조차없는 망망대해茫茫大海라 날씨가 나빠도 파도와 싸우며 견뎌야만 했으며, 잦은 출항.. 오랜 임무수행任務遂行등으로 계절이 어떻게 바뀌는지를 제대로 몰랐으며, 어쩌다가 집에라도 잠시 들리게 되면 딸아이의 달라진 모습에 깜짝깜짝 놀라기도 했으며 사랑하는 아내에게 참으로 미안한 마음이 앞섰다.
어려운 시기에 먼 미래의 꿈에 이끌려 뱃사람의 아내가 되어, 외롭고 두렵기도 한 긴긴 날 밤을 남편을 홀로 기다리며 참고 인내해 온 아내..
더 더구나 안전항해를 기원하며 아랫묵 따뜻한 곳에 남편의 안성유기 밥그릇에 따뜻한 밥을 지어 고이 담아 두던 그 지극정성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려 온다.
그러나 난 뱃사람의 아내는 오랜 세월의 기다림과 인내忍耐를 통해 강하고 사랑스러운 원앙어가 되어 간 것이라고 나름데로 생각을 해 본다.
원앙어는 '해원앙(海鴛鴦)'이라고도 불렀다.
생김새는 연어와 비슷하고 입이 작은 물고기였는데, 금 비늘이 있고 몸통 중간이 짧은데 꼬리가 길어 제비처럼 보였다고 한다.
이 물고기가 원앙이라는 이름을 가진 연유를 알아 보면, 암컷과 수컷이 언제나 같이 다녔다고 한다. 마치 금실 좋은 부부를 상징하는 새인 원앙새 처럼 보여서 원앙어가 되었다고 한다.
바다의 원앙어는 하늘의 원앙새 못지 않은 뜨거운 사랑을 보이는데, 수컷이 가는 길에는 암컷이 반드시 꼬리를 물고는 '죽어도' 떨어지지 않아서 낚시를 하면 반드시 한 쌍이 잡힌다.
천연기념물인 원앙새는 암컷이 알을 낳으면 수컷은 미련 없이 둥지를 떠난다고 하는데 사실 바람둥이 새라고 해야 하지만,
죽어도 둘이서 떨어지지 않는 원앙어의 사랑은 바다의 진실이라 믿고 싶다.
원앙어는 조선시대 후기의 학자인 김려가 마산 가까운 진동 바닷가에 유배 와서 쓴 물고기총서 '우해이어보(牛海異魚譜)'에 전하는 물고기이기도 하다.
지난 6월 17일 미국의 버넌 부부는 72년만에 임종臨終 前에 2번째 結婚式을 올렸다고 한다. 버넌은 "2년 전 아내가 위암에 걸려 시한부時限附 인생을 선고받았을 때 그녀에게 남은 여생을 언제나 그녀 옆에 있어 주겠다고 맹세를 했다."면서
"내 인생을 환하게 만들어 준 보석寶石과도 같은 아내가 영원히 행복할 수 있도록 마지막 선물을 주고 싶었다."고 말해서 잔잔한 感動을 던저 준다.
원앙어.. 버넌 부부.. 천안함 등 뱃사람의 아내..
늘 航海를 떠난 남편의 무사귀환을 기원하는 아내의 간절한 기도 소리..
運命의 힘을 거역하지는 못하지만 그 속에서 피어 오른 죽음을 넘어선 강렬한 사랑의 메시지들이 수 많은 날에 오갔으며 그 시절의 애틋한 사랑의 물결은 지금 이 순간에도 시공時空을 넘어 끊임없이 이어저 온다.
오늘도 배는 힘차게 뱃길을 열고 하얀 포말을 길게 남기며 水平線 위로 떠나 간다. 그리고 사랑한다고.. 사랑하였노라고.. 이생명 다하도록 당신을 사랑할거라고.. 못다한 말을 다 하려고 한다.
그리고 뱃사람 아내의 기다림은 지금 이 순간에도 또 이어진다.
2010년 7월2일
진해 천자봉 기슭에서
(예) 해군제독 청산 전상중 書

